기고 / 김종보-건강보험공단종로지사 자문위원

우리 국민들이 병원에 가서 큰 비용부담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증원과 별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경기침체, 고물가 등으로 소위 잘나가는 건강보험에 재정위기 상황이 온 것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행히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자 건강보험공단에서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특사경’은 특별한 범죄에 한해서 행정공무원 등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사무장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을 퇴출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불법개설기관은 법상 자격이 없는 자가 면허만 빌려 개설한 의료기관 및 약국을 말하는데 일회용품 재사용, 의약품 오남용, 값비싼 치료제 처방 등 편법을 동원하여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 먹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은 공단으로부터 지난 14년 동안 약 3조4천억 원을 부당하게 편취해 갔으며 이중 회수금액은 6.7%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가 내고 있는 보험료가 이렇게 줄줄 새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된 주요 원인은 ‘건강보험공단에 수사권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경찰에 수사의뢰하게 되면 수사는 길어지고 그 사이 국민들은 위험한 의료 현장에 방치되고 불법 행위자들은 잠적, 재산 은닉 등으로 환수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현재 국회에서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심의 중에 있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공단은 자금 추적 등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수사 기간을 11개월에서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단축된 수사 기간을 통해 불법개설기관을 조기에 퇴출시켜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연간 약 2,000억 원 규모의 건보 재정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직역에서는 수사권 오남용 등을 걱정하지만 ‘특사경’의 수사범위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으로 제한적이고 다른 예방 장치를 마련하면 우려사항은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불법개설기관은 일반 범죄수사와 달리 고도의 의료 이해도가 필요하고 수사경험자 등 전문인력이 집약되어 있어야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데 공단은 10년간 불법개설기관을 조사하여 얻은 노하우와 의사 등 2,500여명의 전문인력, 그리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감지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재정을 지키는 것은 보험자인 공단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저출산 등으로 생산인구는 감소하여 수입은 줄고, 고령화로 진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불법개설기관을 신속히 퇴출시키고 건전한 의료생태계를 만들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건보공단에 수사권한을 조속히 부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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