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의/수필가,종로문인협회 이사

 

새해를 맞은 지도 어느덧 세 달째다. 잔설 밑에서도 풀뿌리는 살아남고 남쪽에서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요즘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뜻을 같이 하는 특정 사람끼리 의기투합하여 뭉치고 유권자의 표심을 얻어 당선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상대편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민심은 싸늘한 것 같다.

선거일이 다가옴에 따라 정치인들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동과 서로 나뉘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할 정치가 국민들에게 걱정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일하겠다는 분들이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볼썽사나운 언행을 해서야 어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싶다.

논어論語에 “군자 주이불비 소인 비이부주(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라 했다. 군자는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하면서 특정 사람과 결탁하지 않고 소인은 특정사람과 결탁하여 두루 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부터 현인賢人은 사람을 비교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사람은 누구나 개성이 있고 존재 의미가 있음을 알고 특정사람만 만나 어울리며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의 동물이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어야 인간관계를 좋게 하고 다 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모두들 자기 일에 충실하면서 힘든 일은 서로 돕고 좋은 일은 서로 나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유대인들의 생활 지침서인 탈무드에 사람에게 하나의 입과 두 개의 귀가 있는 것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로 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올해 갑진년은 청용의 해라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비룡승운(飛龍乘雲)의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다. 모든 국민들이 꿈과 희망을 이루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옛날에 미국네바다주 사막의 한복판에서 트럭을 몰고 가던 ‘멜빈 다마’라는 한 젊은이가 허름한 차림의 노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고 한다. 젊은이는 ‘어디까지 가십니까? 제가 태워 드리겠습니다.’ 그 노인은 “고맙소이다. 라스베가스까지 가는데 태워다 줄 수 있겠소? ”라고 말하고 낡은 트럭에 탔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젊은이는 가난한 노인이라 생각하고 “영감님, 차비에 보태 쓰십시오.”하면서 25센트의 돈을 건넸고, 노인은 이 신세를 꼭 갚겠다고 하면서 명함 한 장을 달라고 했다. 명함을 받은 노인은 “이름이 멜빈 다마! 정말 고마웠네. 나는 하워드 휴즈라고 하네.”둘은 헤어졌고 그 후 세월이 흘러 이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무렵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에 세계적인 부호 ‘하워드 휴즈 사망’이란 기사와 유언장이 공개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워즈 휴즈는 영화사 방송국 호텔 도박장 비행기회사 등 50여개의 기업을 거느린 재벌회장이었다. 그의 유언장에는 유산 중에서 16분의 1을 ‘멜빈 다마’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가족들과 지인들은 도대체 멜빈 다마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유언장 뒤에 휴즈가 적어놓은 멜빈 다마의 연락처와 함께 자신이 일생 살아오면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란 메모가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휴즈의 유산이 250억 달러 정도였다고 하니 16분의 1은 1억5천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천억 원 정도였다.

멜빈 다마는 사막에서 곤경에 처한 노인에게 낡은 트럭을 태워준 친절과 25센트의 차비를 베풀어 준 결과가 2천억 원이란 거액을 안겨주었다. 남에게 베푼 친절과 배려의 가치는 돈보다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정치인들은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용꿈을 꾸며 권세를 누리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총 동원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군자가 권세를 얻으면 어떻게 베풀지를 고민하고, 소인은 권세를 얻으면 어디에 쓸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때를 만나 선거에 당선되어 국민으로 부터 막강한 권세(?)를 얻어 뜻을 펼치려면 항상 초심을 잃지 말고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를 고민하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해야 할 것이다.

왕왕 보면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얻게 되면 특정인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그들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주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등 소임을 망각한 처사로 도중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보게 된다. 모름지기 위정자들은 주이불비(周而不比)를 좌우명으로 삼아 특정사람과 결탁하지 말고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모든 국민들과 두루 친숙하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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